일상속의 생각들

그저 곁에 있는

소나라이 2025. 5. 10. 23:07

고통이 찾아올 때, 나는 어떻게 할까?
무엇을 할 수 있겠는가.
힘이 하나도 나지 않을 때,
고통 속에서 몸부림칠 때,
이렇게 열심히 살아왔는데 세상이 나를 배신했다고 느낄 때,
누군가를 믿고 마음을 많이 줬는데 자꾸 엇갈리는 감정들로 관계가 끊어질 때,
평생을 함께했던 이를 더 이상 죽음으로 인해 볼 수 없게 되었을 때,
그 순간, 나는 무엇을 할 수 있을까?

나는 그 고통들을 어떻게 지나왔을까?
고통의 깊이에 따라 나의 반응도 달랐던 것 같다.
대부분의 고통은, 지나고 보면 견딜 만한 것이었다.
그래서일까, 나는 종종 이렇게 되뇌이곤 했다.
"내가 얼마나 잘되려고 지금 이런 일이 생기는 걸까?"
스스로를 격려하고 위로하며 버텼다.
그것이 정말 고통을 줄여줬는지는 잘 모르겠다.

하지만 정말 깊고 지독한 고통 속에 있을 땐, 아무 생각조차 나지 않았다.
캄캄한 어둠 속에서, 한 줄기 빛도 보이지 않았다.
내가 알고 있던 모든 것이 부서지고, 사라지는 순간이었다.
어떻게 견뎠는지, 사실 잘 기억나지 않는다.
그저 좋은 친구들, 좋은 동생들이 나를 챙겨주었고
내가 그들에게 마음을 열어 이야기를 했기 때문에
그래서 내가 나 자신을 완전히 잃지 않을 수 있었던 것 아닐까?

사람들이 자신의 이야기를 꺼낼 때는
그 고통의 시기를 지나고 있기 때문일때가 많이 있는것 같다.
그 무게를 조금이라도 덜기 위해,
혹은 이 고통이 더 빨리 지나가길 바라며,
답답하게 조여오는 시간을 견뎌내려 애쓰며,
누군가에게 조심스럽게 마음을 건네는 것일지 모른다.
"부디 이 무게를 함께 들어주세요"라고.

그럴 때면, 나는 참 고마우면서도 조심스러워진다.
고통은 참 다양한 얼굴을 하고 있고,
겪어보지 않은 고통을 온전히 이해하긴 어렵기 때문이다.
괜히 섣불리 위로의 말을 꺼냈다가
오히려 그 무게를 더 크게 만들까 봐 걱정이 앞선다.
그래서 “힘내요”, “곧 괜찮아질 거예요” 같은 말이
아무리 진심이라도 꼭 도움이 되는 건 아니라는 걸 배웠다.

그럴 때 내가 할 수 있는 최선은,
그저 옆에 있어주는 일이었다.
고통의 터널을 함께 걸어주고,
필요할 땐 잠시 기대어 쉴 수 있도록
말없이 등을 내어주는 것.

그래서 누군가 내게 속 깊은 이야기를 꺼내줄 때면,
무언가를 말해주는 것보다는
그저 조용히 함께 있어주는 것이
내가 해줄 수 있는 전부일지도 모른다고 느낀다.

그래서 네가 힘들어할 때,
나는 일부러 말을 하지 않는다.
네가 스스로 이야기를 꺼낼 수 있을 때까지,
마음이 준비될 때까지,
그저 묵묵히 곁에 있어주는 것.
그게 내가 할 수 있는 가장 진심 어린 방식이라고 믿는다.

그리고 나는 믿는다.
고통만이 줄 수 있는 깊은 깨달음이 있다는 것을.
나는 고통이 있을 때마다 조금씩 자라왔다는 사실을,
마음 한편으론 싫어하면서도 받아들이고 있다.
영어 가사에도 나오지 않던가
“What doesn’t kill you makes you stronger.”
널 죽이지 않은 고통은 너를 더 강하게 만들 것이라고.

지금 너는 어쩌면 그런 깨달음을 얻고 있는 중일지도 모른다.
삶의 깊이가 더해지고 있는 그 길 위에, 
지금 네가 조용히 서 있는 중일지도 모른다.

무협지에 보면 ‘환골탈태’라는 과정이 있다.
뼈와 근육, 세포 하나하나가 부서졌다가
완전히 새롭게 재구성되는 과정.
몸속의 독소가 모두 빠져나가고,
결국 완전한 상태로 다시 태어난다.
그 과정은 말 그대로 죽음을 뛰어넘는 고통을 수반한다.
생각해보라. 뼈 하나에 금이 가도 고통스러운데,
온몸의 뼈가 부서졌다 다시 붙는다고 하면
그 고통을 어떻게 다 말로 표현할 수 있을까?

그래서일까.
누군가 고통 속에 있을 때,
나는 함부로 그를 그곳에서 꺼내려 하지 않는다.
아니, 내가 누구를 고통속에서 꺼낼수 있다고 생각조차 하지 않는다
다만 손을 뻗으면 잡아줄 뿐이다.
그 고통 속에서만 얻을 수 있는 통찰이 있고,
그 시간 속에서만 마주할 수 있는 진실이 있을지도 모르기에,

그 시간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게에,

그냥 조용히 곁에 있었다.

어쩌면 너에게 이 이야기를 하고 싶었던걸까?
너는 내가 이런 생각을 하고 있으리라고는 상상하지 못하겠지만,
그래도 이 마음이 언젠가 조용히 흘러
너의 마음에 닿기를 바란다.
혹여 이 글을 읽지 못하더라도,
우리가 다시 만나지 못하더라도,
어디선가 누군가로부터 너가 꼭 필요한 위로를 받을 수 있기를.
그럴 수 있기를